마트에서 장을 보고 출발하기 위해 차 시동을 걸고 있었다.
그때 바로 옆, 주차라인에 파란색 포터 트럭 한 대가 섰고
중년의 부부가 차에서 내려 마트로 걸어갔다.
무심결에 본 트럭 안에는 여든은 훨씬 넘어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힘없이 창문에 기대어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약해져 버린 몸은 의자와 창문에 기대어 겨우 버티는 듯이 보였고 슬픔과 고독이 담긴 눈은 세상과 떨어져 홀로 남겨진 듯했다.
아마도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모시고 장을 보는 게 귀찮았을 수 있었을 거다.
그래도 홀로 차에 남겨진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너무하네, 좀 모시고 가지”
할머니의 초점 없는 눈빛에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나도 늙으면 짐처럼 차에 남아 자녀들이 오기만을 기다리게 될까?
안쓰러운 마음에 서글퍼졌다.
그때였다. 할머니는 답답하셨는지 아련한 표정으로 창문을 내리셨다.
그리고 창문 사이로 주름진 손이 나왔다.
담배와 함께.....
탁탁
담뱃재를 터셨다.
그리고 연기를 아주 맛깔나게 내뿜으셨다.
뭐지?
순간 나의 측은함과 안쓰러운 동정심은 오지랖이란 걸 깨달았다.
그저 담배를 피우시기 위해 트럭에 남으신 거였다.
초점 없는 눈빛은 그저 쉬어가는 행복감이었던 것이다.
나는 단편적인 겉모습만 보고 불쌍하고 안쓰럽다고 멋대로 단정 지어버렸다.
너무나도 내가 한심했다.
내가 뭐라고. 멋대로 그 사람을 불쌍한 사람 취급했구나.
우리는 때때로 겉모습만 보고 멋대로 남의 인생을 불쌍한 인생 취급할 때가 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동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이렇게 또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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